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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G22기 - 조 하림 조회수 : 1,046, 2013-03-04 10: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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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자원봉사 체험 수기

작년 9월, 나는 영국 맨체스터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10개월 동안 풀타임 자원봉사자가 되어 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참가한 이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TFG(Time for God)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며, 더불어 신앙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장기간의 자원봉사를 결심하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교사가 되려고 사범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던 나는 학교 게시판에서 영국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보았고, 내 인생의 1년 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 왔고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 왔다면, 한 번 쯤은 TFG라는 이름 그대로 주님을 위한 시간을 가져 보고, 또한 전적으로 타인을 위해 내 시간을 사용해 보고 싶었다. 게다가 미래의 교사가 될 사람에게는 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나는 가정교육과의 전공을 살려 가족 혹은 아이들과 관련된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고, TFG는 Good News Family Care 라는 가족 복지 센터에 나를 배정해 주었다.

Good News Family Care(이하 GNFC)는 잉글랜드 북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벅스턴(Buxton)에 있는 센터로, 우리나라의 ‘여성들을 위한 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알콜 중독이나 마약, 우울증, 혹은 가정 폭력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 남편과 사별한 여성, 또는 미혼모들이 그들의 자녀와 함께 임시로 거주하는 곳으로 짧게는 2~3일에서 최대 2년 6개월까지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 혹은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부모교육 혹은 자아존중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 2회는 지역 사회 활동으로 지역 교회와 연계하여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GNFC가 운영하는 농장에서는 알콜 중독이나 마약 등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회복되도록 돕는 농장 체험 활동이 이루어지고, 센터 내에 있는 작은 유치원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을 돌봐 주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내가 이 센터에서 맡은 일은 기본적으로 센터에서 스태프(staff)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내가 그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언어 장벽의 문제로 내가 알아들은 내용이 확실한가 하는 의문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남성은 출입금지인데 지인이라는 당사자 말만 믿고 낯선 사람을 센터에 들어오게 한다든지, 영어로 걸려온 전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당황한다든지, 스태프들의 이름을 잘못 부른다든지 하는 등의 실수를 하며 그런 염려는 커져만 갔다.

좋은 의도로 오긴 왔지만, 내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볼 때면 나에 대한 실망감과 회의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다시 힘을 내도록 격려해 준 것은 동료 자원봉사자들과 센터의 스태프들이었다.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그 정도면 잘 하고 있는 거라고, 너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실력이 쌓여 갈 거니까 약간의 실수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이런 위로를 받았을 당시에는 참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마음을 완전히 편히 가지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시간이 지나면서, 센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실수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전혀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에라도 계속해서 부딪치고 도전하면 그 모든 과정이 결국은 나를 발전으로 이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직 무언가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 때, 실은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역 사회 활동으로 매 주 화요일 점심은 지역 주민과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GNFC 스태프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이곳에 참여해서 샌드위치 만드는 일을 거들고, 주민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며, 모임이 끝나고 뒷정리까지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참가하면 매 주 다양한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요리와 음식이 얼마나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빠르게 가까워지게 할 수 있는지를 알려 준 좋은 가르침의 시간이었다. 처음 본 사람이라도 음식을 권하고 같이 먹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여유로워지고 따뜻해짐을 느꼈다. 외지인에 대한 낯가림이 비교적 심한 영국인들이었음에도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하며 인종을 초월한 소통이 가능함을 보고 작은 감동도 받았다. 한 번은, 거기에 모인 사람들에게 한국 요리를 맛보게 해 주고 싶어 호떡을 만들어 준 적이 있는데, 단 것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아 굉장히 좋은 반응이 나왔다. 재료와 조리법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에도 가끔씩 현지 재료를 활용하여 호떡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곤 했는데, 그 때의 기억이 지금도 따뜻하게 남아 있다. 외국인과도 음식이라는 공통 주제로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음을, 그리고 약간의 용기를 내어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교훈을 준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센터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센터에서 지내는 주민들과 만날 기회도 많았다. 그들 중에는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제적 문제로 한 살짜리 아들과 함께 들어 온 미혼모, 알콜 중독 판정을 받아 어린 아들과 격리되어 1년을 보내야 한다는 여성, 이혼 후 우울증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 피신해 온 여성 등...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면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까지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지나치게 누리며 지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처할 ‘집’이 있고, 함께 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한편, 그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슬프기도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들이 울고 있을 때 다가가 안아주는 것, 그리고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나의 영국 자원 봉사는 내 인생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법, 나처럼 작은 존재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는 것. 자원 봉사를 마치며 나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거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최악이라 생각되는 때에도 나를 조금만 더 멀리서 객관적으로 보면 실은 그 문제는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며, 그런 상황에서조차 감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나를 만나게 될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이 생겼다는 점 또한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밀도 있는 인생 공부’의 기회인 해외 자원 봉사에 참여해 많은 것들을 배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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